
우리의 일상은 점점 기술의 부드러운 세계에 잠식되고 있습니다. 스마트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, 챗봇에게 요약을 부탁하고, 길 안내는 앱에 맡기며, SNS에 경험을 ‘게시’하고 만족을 확인하는 방식이 일상이 되었죠. 이런 ‘매끄러운 경험’이 인간다운 직접 경험을 하나씩 대체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입니다.
‘겪는 경험’ vs ‘보는 경험’
크리스틴 로젠은 우리가 더 이상 ‘겪는 경험’보다 ‘보는’ 경험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. 예를 들어 영화나 전시를 눈으로 감상하기보다 요약 영상, VR, SNS를 통해 접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해졌죠. 대면 소통, 손으로 쓰기, 기다리는 시간, 실패의 경험—all those seem to be fading.
두 가지 위협, 그리고 한 가지 선택
로젠이 지적하는 경험 소멸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:
- 기술의 ‘매끄러움’과 최적화를 향한 욕망: 어려움과 실패를 피하게 만드는, 아무런 저항 없는 경험이 우리의 선호가 됐습니다.
- 빅테크의 이윤 추구: 기업들은 사용자에게 ‘유토피아적 경험’을 약속하며, 실제 경험을 점점 더 모방된 형태로 대체해 나가고 있습니다.
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을 제시합니다. “경험의 멸종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. 그것은 선택이다.” 우리가 인간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‘직접 경험’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.
나의 경험과 독자의 공감
책을 읽으며 저 또한 ‘겪는 경험’의 가치를 떠올렸습니다. 어릴 적 도서관에서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정보를 찾았던 그 순간, 직접 써 내려간 일기 속 감정, 한 사람과 눈을 맞추며 나눴던 대화… 그 기억들은 디지털 복제물보다 훨씬 진하고 오래 남았습니다.
하지만 동시에, 기술이 가져온 장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. 손쉽게 연결되는 관계, 지식의 민주화, VR·AR이 열어준 새로운 배움의 경험 등—기술 덕분에 확장된 경험도 분명 있습니다. 중요한 것은, 기술을 어떻게 의도적으로 활용하느냐라는 점에서 책과 제 경험은 맞닿습니다.
마무리하며…
『경험의 멸종』은 현대인에게 던지는 진정한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:
우리는 얼마나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있는가?
그리고 그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경험을 선택할 것인가?
이 책은 우리에게 “흔들리고 실패하는 현실, 손에 잡히는 순간, 기다림이 주는 여백”처럼 인간다운 경험을 수호하고 회복할 선택권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.